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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급등 직후 평균 53% 수직 낙하
2024년 6월 191원→1000만원→171원도
가상자산법 시행 후 상장된 무브먼트
215원→99만8500원→215원 ‘상장빔’
규제법 유명무실… 극단적 변동 심해져

거래소, 시세조종 우려 물량개입 안해
물량 부족에 적은 코인 튀는 현상 반복
신규 증가·적극적 마케팅도 피해 키워
전문가 “상승폭 제한 기술적 장치 필요”
투자자 보호 2차 입법 요구 목소리도

 

미국 대통령이 돌연 정체 모를 코인을 발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행한 ‘오피셜 트럼프’(TRUMP) 얘기다. 대통령 취임 사흘 전에 발행된 이 코인은 특별한 사용처도 없지만 취임과 동시에 가격이 1만8000% 넘게 폭등했다. 국내 거래소들도 이 코인을 발 빠르게 들여왔다. 코인원이 먼저 트럼프 취임일인 지난달 20일 이 코인을 상장했고, 국내 점유율 2위인 빗썸도 다음날 이 코인을 상장했다. 국내 투자자가 몰렸지만 미국 내 정치자금법 등 논란이 쌓이면서 트럼프 코인은 최고가를 찍은 지 한 달도 안 돼 75% 하락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선 ‘코인 졸속 상장’ 논란이 불거졌다.

 

실제 지난해 5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한 코인 4개 중 1개는 상장 첫날 2배가 넘는 상승폭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코인은 상장 첫날 최고가를 찍은 뒤 가격이 평균 53% 급락했다. 상장 첫날 급등세에 따라 코인을 고점에서 매수한 이들은 막심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투자자들은 코인 상장과 동시에 가격 차트가 위로 솟구치는 모양을 들어 ‘상장빔’이라고 부른다. 정부는 이 같은 이상거래를 막기 위해 지난해 7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나섰지만 최근 비트코인 10만달러 돌파 소식과 함께 오히려 상장코인으로 인한 손해가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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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배 올랐다가 제자리…‘상장빔’ 여전

 

9일 세계일보가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실과 함께 지난해 5개 거래소에 상장한 269개 가상자산(스테이블 코인 제외)의 상장 첫날 최고가 상승폭을 분석한 결과 평균 285배(2만851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2배 넘게 상승한 66개(25%) 가상자산은 가격이 급등한 직후 가격이 평균 53% 급락했다. 이에 따라 고점에 물린 투자자가 속출했다.

 

지난해 가장 많은 상승폭을 보인 코인은 6월28일 고팍스에 상장한 유니젠이다. 시초가가 169원인 이 코인은 상장 당일 100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상승폭만 591만7060%(5만9171배)에 달한다. 이후 급락하기 시작해 171원에 장을 마감했다. 유니젠의 상장 첫날 거래대금은 17억1087만원 수준으로 최고가에 거래된 물량은 많지 않았지만 시장가 체결로 손해를 본 투자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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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젠과 같은 날 고팍스에 상장한 카멜도 10원이었던 코인이 상장 첫날 10만원까지 상승했다. 99만9900%(9999배) 가격이 오른 것이다. 이후 51.4원까지 떨어져 100%에 가까운 하락률을 보였다. 최고가에 대비해선 휴지조각이 된 셈이다.

 

코인원에 지난해 12월9일 상장한 무브먼트도 215원에서 99만8500원으로 가격이 46만3671%(4637배)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단 16분 만에 215.3원까지 가격이 급락했다. 이 코인은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상장했기 때문에 당국의 불공정거래 조사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7월23일 빗썸이 상장한 어베일도 236원 코인이 상장 첫날 3500원까지 올라 당국의 불공정거래 조사 대상이 됐다.

 

거래소별로 보면 지난해 고팍스에 상장한 가상자산의 첫날 상승폭이 20만6481%로 가장 컸다. 이어 코인원(6695%), 코빗(1232%), 빗썸(896%), 업비트(116%) 순이었다.

 

가상자산을 상장할 때 거래소는 발행사로부터 일정 수준의 유통량을 공급받는다. 법인투자나 외국인 거래가 막힌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한정된 유통량에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하는 상장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거래소일수록 확보하는 코인 물량이 적어 가격 변동이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거래소 측 설명이다.

 

◆“가상자산법 이후 ‘상장빔’ 더 심해져”

 

당국은 지난해 7월19일 가상자산법을 시행하면서 상장빔 현상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겼고 거래소의 이상거래 모니터링 기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는 오히려 법 시행 이후 코인들의 극단적인 가격변동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거래소가 코인의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마켓메이킹(MM) 업체를 통해 물량을 풀었는데, 법 시행 이후 시세조종 우려로 MM이 전면 금지되면서 거래소가 상장 물량에 개입을 아예 안 하고 있다”며 “상장 당일 물량만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고 시가총액이 낮은 코인 위주로 가격이 튀는 현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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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최근 비트코인이 10만달러를 넘어서는 등 가상자산 시장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거래소들의 신규 상장 코인 증가와 적극적인 마케팅은 상장빔 피해를 키웠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정황을 발견하고 지난해 8월 상장빔 현상과 이상거래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업비트가 약 70만건의 고객확인의무(KYC)를 위반하고 해외 미신고 거래소와도 입출금 거래가 이뤄진 정황을 발견하고 영업정지 제재를 최근 사전 통지했다.

 

전문가들은 코인 시장에도 상장 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국제정보보호대학원)는 “국내만이라도 상장 후 몇 시간은 상승폭에 제한을 두는 등 기술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가격을 끌어올리고 대량으로 던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위원은 “증권신고서같이 가상자산 신고서를 통해 중요한 투자정보를 시장 투자자들이 나눌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합리적 가격을 찾아 나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꼬집었다.

 

가상자산의 발행과 유통, 공시 등을 규정하는 2단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현정 의원은 “1차 입법 이후에도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무분별한 코인 상장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신규상장·폐지에 대한 자율규제 감독을 강화하고 2차 입법을 통해 투자자 보호장치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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