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이후 치솟던 美 달러 지수, 지난달부터 꺾여
美 증시 및 비트코인 시세도 시원치 않아...테슬라 연일 하락
'트럼프 트레이드'로 주목받던 자산들, 기대보다 성적 나빠
금리 인상 기대 꺼지고 트럼프 관세 전쟁에 따른 침체 우려 커져
아직까지 구체적인 증시-코인 정책 나오지 않아
강달러에 긴장하던 신흥시장 화폐 숨 돌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정부 출범으로 주목받던 달러, 비트코인 같은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 자산의 가격이 최근 떨어지거나 정체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기준금리가 기대만큼 움직이지 않는데다 트럼프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달러·가상자산·주식 시세 내리고 국채 올라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계산하는 달러지수는 미국 대선이 열린 지난해 11월 5일(현지시간) 103.4에서 지난달 13일 109.9까지 오른 뒤 꺾여 11일 기준 107.9에 머물고 있다. 가상자산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가격도 같은 기간 개당 6만9391달러에서 지난달 21일 10만6188달러까지 올랐다가 11일 9만5827달러(약 1억3924만원)를 기록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대선 당일 5782.76에서 지난달 23일 6118.71까지 오르더니 11일 6068.5에 장을 마쳤다.
특히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임명된 일론 머스크가 경영하는 테슬라의 주가는 같은 기간 주당 251.44달러에서 지난해 12월 17일 479.86달러까지 뛰었다가 11일 328.5달러로 내려갔다.
해당 자산들은 모두 트럼프 2기 정책에 혜택을 받는 트럼프 트레이드 자산으로 시장의 기대를 한껏 끌어 모았다. 투자자들은 트럼프가 무역 파트너들에게 전 방위 관세 공격을 가하면 미국 내 물가가 높아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 금리를 올린다고 예상했다. 금리 인상 기대는 달러 가치를 끌어올렸다. 아울러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법인세를 낮추고 가상자산 규제를 비롯해 각종 기업 관련 규제를 풀면 증시와 가상자산 모두 호황을 누린다고 예상했다.
일단 달러 가치를 밀어올린 금리 인상 기대는 한풀 꺾였다. 3연속 인하 끝에 지난달 금리를 동결한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11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우리는 정책 기조 조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가격은 지난달 13일 기준으로 지난해 대선일 대비 0.51%p 내렸다가 11일까지 다시 0.31%p 올랐다. 정부는 일반적으로 국채 발행 당시 기준 금리를 바탕으로 만기 가치를 정해서 돈을 빌린다. 국채 투자자들은 앞으로 기준 금리가 오른다고 예상되면 지금 시장에 도는 국채를 사는 대신 나중에 이자를 더 많이 주는 신규 발행 국채를 기다린다. 최근 가격 반전은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른다는 기대가 줄었다는 의미로 추정된다.
구체적인 정책 늦어, 무역 전쟁으로 美 불황 우려
FT는 달러 가치 하락과 국채 가격 상승을 두고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미국의 물가상승과 고금리 기조로 이어진다는 투자자들의 예상과 어긋났다고 지적했다.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의 제리 미니에 주요 10개국 외환 거래 공동 대표는 "올해 초를 관찰해 보면 상당 부분의 (트럼프) 트레이드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관세 공격이 예상보다 심하지 않다고 판단해 트럼프 트레이드에서 손을 뗐다. 테슬라의 경우 중국 전기차들의 가격 공세에 어려움을 겪었다. 취임 이후 약 3주일이 지난 트럼프는 아직 구체적인 가상자산 정책이나 법인세 감면 계획을 내놓지 않고 관세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는 무역 전쟁을 재개하면서도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30일 유예했다. 그는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도입하면서도 무역 상대의 대미 무역 흑자 폭에 따라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시사했다. FT는 가다 서다 하는 트럼프의 무역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이로 인해 미국 경제가 겪을 악영향을 걱정한다고 지적했다. FT는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미국 국채 가격이 올랐다는 점에서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공포를 강조했다.
미국 투자사 아폴로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무역 전쟁 때문에 미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근본적 두려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JP모건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전략가는 미국 국채 시장에 대해 "무역 전쟁으로 물가상승이 더 심해진다는 공포와 미국 혹은 세계 경제 성장이 둔해진다는 우려 사이에 걸려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강달러 현상으로 가치 폭락을 걱정했던 신흥시장 화폐들은 한 숨 돌렸다. 달러 대비 칠레 페소 가치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3% 이상 올랐고 콜롬비아 페소와 브라질 헤알 가치 또한 6% 가까이 뛰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은행의 데이비드 하우너 국제 신흥시장 채권 전략 대표는 강달러 전망이 너무 심하다며 신흥시장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꿨다. 이어 "관세 노이즈는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미국 달러 지폐(왼쪽)와 브라질 헤알.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