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단독 상장 코인 현황.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국내 가상자산(코인) 거래소에 상장된 단독 상장 코인은 216개. 단독 상장 코인은 한 곳의 거래소에만 상장된 코인으로, 일반적으로 시가총액이 작고 거래량이 적어 가격 급변동에 취약하다. 투자자 보호가 안 된다는 지적이 수년간 나왔지만 여전히 신규 거래지원은 활발하게 이뤄졌다.
15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중 단독 상장 코인을 가장 많이 거래지원하는 거래소는 코인원이었다. 코인원에는 지난해 말 기준 66개의 단독 상장 코인이 있었다. 이어 빗썸(59개), 고팍스(42개), 업비트(31개), 코빗(18개) 순이었다.
전체 거래지원 코인에서 단독 상장 코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팍스가 34.4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코인원(23.60%), 빗썸(17.77%), 업비트(13.80%), 코빗(10.59%)이 뒤를 이었다. 고팍스의 거래지원 코인 3개 중 1개, 코인원의 거래지원 코인 5개 중 1개 이상이 단독 상장 코인인 셈이다.
단독 상장 코인은 평균적으로 몸집이 작았다. 일례로 코인원에 상장된 코인의 평균 시가총액은 126억1000만원이었으나, 단독 상장 코인의 평균 시가총액은 14억9800만원에 불과했다. 업비트, 빗썸, 코빗의 단독 상장 코인도 전체 상장 코인과 비교해 평균 시가총액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급변동에 취약한 단독 상장 코인은 오랜 기간 골칫덩이로 여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은 출범 당시 부실·불량 코인의 난립 배경으로 단독 상장을 꼽았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적발한 가상자산 시세조종 사건에서도 빗썸의 단독 상장 코인 '퓨저니스트(ACE)'가 이용됐다.
단독 상장 코인의 수는 해마다 퇴출당하는 코인이 생기면서 줄어드는 추세다. 금융정보분석원의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독 상장 코인은 2023년 말(332개)과 비교해 지난해 6월 말 285개로 14%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도 210여개가 남아 반년 사이에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의 신규 거래지원은 과거보다 덜하지만 여전히 활발하다. 코인원의 단독 상장 코인 중 반절 가량인 32개는 지난해 상장된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거래소들이 다른 거래소에 없는 코인을 거래지원해 거래 수수료를 챙기고, 다른 거래소와 차별성을 가지려는 전략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한다.
투자자 보호는 미흡한 실정이다. 거래소에서 쫓겨난 단독 상장 코인이 한순간에 휴지 조각이 돼서다. 지난해 코인원에서 퇴출된 디알씨모빌리티(DRC), 겟 프로토콜(GET), 솔트마블(SML), 아튜브(ATT), 테라 버추어(TVK), 비엠피(BMP) 등은 이날 기준 세계 100위권 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았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거래소가 다른 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는 코인을 거래지원하기로 결정할 때는 코인의 안정성이나 유동성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서 투자자들이 잠재적으로 입을 수 있는 피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며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1단계 입법에 포함되지 않은 상장 규칙이나 진입규제에 대해서는 업계가 조금 더 유의해 자정 작용을 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도 전날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를 연 뒤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지원과 관련해 신규 거래지원 직후 발생하는 가격 급변동 현상, 일부 거래소의 단독 거래지원 경쟁으로 인한 심사부실 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라며 "거래지원 모범사례를 개정해 거래지원 심사기준을 강화하는 등 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