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 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 티에스엠시의 투자 발표를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가뜩이나 변동성 큰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들어 더욱 요동치고 있다. “코인을 정부의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시장이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투기성 거래의 성격이 짙다”며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9만5000달러 선까지 급등했다. 지난해 10월까지 6만달러 수준에 머물던 비트코인은 11월 스스로 ‘가상자산 대통령’이라고 명명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뒤 불과 며칠 만에 8만달러를 돌파했고, 한달 뒤인 12월9일 한때 10만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비트코인을 비축할 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밝힌 뒤 하락세로 돌아서 7~8만달러를 오갔는데, “가상자산을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멘션 뒤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비트코인에 더해, 전략자산 비축 대상으로 꼽힌 이더리움, 리플, 솔라나 등 알트코인 역시 각각 10~30% 넘게 뛰었다. 그러나 이같은 상승세는 불과 하루 만에 무너졌다. 비트코인 가격은 다음날 8만6천달러 선까지 폭락했다. 24시간 만에 8% 넘게 하락한 것이다. 이에 비트코인의 시세를 1분마다 측정해 변화의 크기를 백분율로 계산하는 변동성지수는 지난주 5.15%로 집계돼 2년 반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가상자산 시장은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데다, 경영 실적과 재무건전성 등 투자 판단을 위한 펀더멘털이 부재해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큰 위험 자산시장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코인을 정부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게 되면 암호화폐로 벌어들인 투자 수익으로 36조달러에 달하는 미 국가 부채를 갚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7일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등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개최 예정인 ‘가상자산 서밋’에서도 이같은 정책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외환보유고에 안전자산인 금을 모아두는 것처럼, 가상자산을 사들여 수익을 내고 이를 막대한 국가 채무의 청산에 쓰려고 한다는 논리다. 가상자산 서밋 기대감에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9만달러 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이러한 주장이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이야기”라며 “결국 승자는 수백만달러의 암호화폐를 보유한 트럼프 대통령과 가상자산 업계 임원들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많다. 한 국내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의 기능을 하긴 어려워 보인다. 중앙은행이 코인을 안전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없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구체화된 것도 아니다”라며 “변동성이 불가피하므로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다만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NH투자증권 홍성욱 연구원은 “가치 평가가 어렵고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주의해야 하지만, 비트코인을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고려할 만하다”며 “국부펀드도 금융상품처럼 비트코인을 담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아랍에미리트 3위 국부펀드 무바달라는 국부펀드 중 처음으로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인 IBIT를 매수하면서 눈길을 끈 바 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