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효과로 10만 달러 넘겼지만…최근엔 8만 달러도 ‘위태’
전략자산화 정책도 기대 못 미쳐…“상승장 기대 어렵다”
‘트럼프 효과’로 크게 올랐던 비트코인이 고꾸라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의 화살이 거꾸로 돌아와 경기 침체라는 비수로 꽂히는 양상이다. 최대 호재로 꼽혔던 비트코인의 전략자산화 정책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하락의 원인이 됐다. 이에 비트코인은 당분간 하락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9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 침체 발생을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미국에 부(富)를 다시 가져오는 과정”이라며 “일정한 과도기적 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가 위축되더라도 이를 감내하고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다.
그는 이달 초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우방국인 캐나다, 멕시코에도 4월2일부터 25% 관세를 적용할 계획이다. 더불어 3월12일부터는 모든 수입 철강,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25% 관세를 시행했다. 이에 중국은 보복관세를 결정했고, 캐나다와 멕시코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 국제적인 ‘관세전쟁’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기에 대해 25% 할증료를 부과한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캐나다산 철강, 알루미늄에 25% 추가 관세를 적용해 총 50%를 부과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이후 양국은 한발씩 물러났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미국 내에선 경기 침체가 올 것이란 경고가 잇달아 나온다. 관세로 인해 미국 내 수입물품 가격이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이는 소비 감소로 이어져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선 소비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조사단체 컨퍼런스보드에 따르면, 2월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98.3(1985년=100 기준)으로, 1월 대비 7포인트 하락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도 64.7로, 1월(71.7)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 부문이 차지하는 몫은 약 70%에 달한다.
대형 은행들 경제 전망 비관적으로 바뀌어
특히 미국 대형은행들이 경제 전망을 비관적으로 전환했다. JP모건체이스는 올해 미 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을 종전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브루스 카스만 JP모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극단적인 정책으로 인해 미국이 올해 경기 침체에 빠질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도 3월10일(현지시간) 2025년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1.7%로 대폭 내렸다.
가상자산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3월12일 오후 1시30분 비트코인 시세는 8만1946달러(약 1억1905만원)로, 일주일 전과 비교해 6.08% 하락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침체를 감내하겠단 뜻을 나타낸 직후인 3월11일 오후엔 7만6808달러까지 내려갔다. 비트코인은 트럼프 당선 직후 급등해 올해 1월초 10만 달러 선을 넘겼지만, 트럼프가 관세 정책 시행을 발표한 지난달 초부터 급격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알트코인은 더 많이 하락했다. 가상자산 시총 2위인 이더리움의 3월12일 오후 1시30분 시세는 1866달러(약 271만원)로 일주일 전과 비교해 14% 급락했다. 2023년 11월 이후 약 1년4개월 만에 2000달러 선이 무너졌다.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기대로 크게 올랐던 리플(XRP)도 같은 시각 2.16달러(약 3137원)로 일주일 전과 비교해 11.82% 폭락했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친(親)가상자산 정책의 효과도 보지 못했다. 3월6일(현지시간) 미 정부는 비트코인을 전략준비자산으로 비축한다고 발표했지만 비트코인 시세는 오히려 내려갔다. 전략준비자산이란 통화 당국이 무역 불균형이나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하는 통화, 원자재 등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일컫는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준비자산은 금, 외화, 특별인출권(SDR) 등이다.
전략자산 비축 발표에도 투자자들 ‘실망’
트럼프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자신을 ‘가상자산 대통령’이라 불렀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을 전략준비자산으로 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당선 후 그는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리플, 솔라나 등 여러 가상자산을 전략자산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상자산 업계 입장에서 이 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가상자산이 ‘안전자산’ 입지를 강화하는 핵심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망설이는 이유는 시세가 정치적·경제적 이슈에 따라 크게 출렁인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으면 기업들이 가상자산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 이후 비트코인이 크게 오른 것도 이 정책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미국 정부가 발표한 안은 시장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비트코인을 새로 매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민형사상 자산 몰수로 획득한 비트코인만 비축한다고 했다. 업계에선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올라서는 계기가 되기엔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글로벌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복수의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비트코인 비축안에 시장 기대와 달리 물량 매입 방안이 포함되지 않아 시장 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트럼프는 3월7일(현지시간) 열린 가상자산 관련 회의 ‘디지털자산 서밋’에서도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이번 회의는 가상자산 행사가 최초로 백악관에서 열리는 것이기에 투자자들의 기대가 컸다. 시장에선 트럼프가 비트코인 외 가상자산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할 것이란 약속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그는 이에 대해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이더리움, 리플 등도 시세가 급락했다.
트럼프 정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비트코인 시세에 대한 비관론이 연이어 나온다. 아서 헤이즈 비트멕스 공동 설립자는 3월10일(현지시간) X(엑스)를 통해 “비트코인이 7만8000달러 선을 지지하지 못하면 다음 목표가는 7만5000달러”라며 “만약 비트코인 가격이 해당 구간까지 떨어지면 변동성이 좀 더 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JP모건은 비트코인 상승 재료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당분간 강세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주식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에도 타격을 주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긍정적인 상승 촉매제 부족과 모멘텀 둔화로 기관투자가들의 비트코인 포지션이 계속 줄어들고 있기에 향후 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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