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트럼프 1기 무역전쟁 때 생산기지 이전 中업체들 불안 커져"
베트남 호찌민시의 한 의류 공장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가구공장의 소유주 중국인 제이슨 우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정책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 2일(현지시간) 베트남에 46% 관세 부과한다는 방침이 나온 직후에는 미국 고객들의 주문 취소가 잇따랐다.
그러나 일주일 뒤인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뒤에는 같은 고객들한테서 '90일 안에 장식장을 최대한 많이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고 밤낮없이 공장을 돌리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에는 총 145%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국가에는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자 베트남으로 옮겨간 중국 업체의 공장에 주문이 폭증하고 있다고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미국 수입업자들이 약 석 달의 유예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재고를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트럼프 1기 미중 무역전쟁 당시 미국의 반덤핑 관세를 피하려는 중국 업체 다수가 생산기지를 이전한 곳이다. 우씨 역시 2019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겼다.
우씨는 "미국 고객들은 90일 안에 트럼프가 다른 미친 짓을 할까 봐 매우 두려워하면서 주문을 쏟아내고 있다"고 SCMP에 말했다.
2012년부터 선반 제조업체를 운영해온 쩌우하오쉐도 2019년 중국의 공장을 하노이로 이전했다. 그 역시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이후 주문 전화로 휴대전화 벨이 멈추지 않았다며 "모두가 90일 안에 배송을 완료해주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또다시 불거진 관세전쟁의 불똥이 어디로 얼마나 떨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트남은 미국에 상호관세율을 22∼28%로 낮춰달라고 설득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제안했고 자국을 통한 중국 상품의 우회 수출 단속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베트남을 방문해 미국의 '일방적 괴롭힘'에 공동 대응하자며 관세전쟁 '우군' 확보 행보에 나섰다.
시진핑, 베트남 국빈 방문 개시…'美 관세' 공동 대응 모색
미중 사이에 낀 베트남에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업계의 전망은 엇갈린다.
쩌우씨는 "대부분은 최종 관세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아마 10%에서 20% 정도일 것"이라며 "20% 정도라면 미국 고객과 분담해서 감당할 수 있다. 아프긴 해도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엔비디아·폭스콘 등에 납품하는 전자 공장을 운영하는 톈모씨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2019년 고객사 요청으로 중국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겼다.
톈씨는 "중국에 부과하기 시작한 관세가 이제 동남아시아까지 왔다.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나, 발효되면 죽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고객사가) 원하면 어디든 또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