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신작 '결혼 피로연' 해외 인터뷰
동성애자의 위장 결혼 다룬 영화
배우 윤여정이 할리우드 영화 '결혼 피로연'(원제 The Wedding Banquet)'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첫째 아들의 동성 결혼 사실을 최초로 공개했다.
윤여정은 16일(현지시각) 해외 매체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내 큰아들은 2000년에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배우 윤여정이 큰아들의 성 정체성과 동성 결혼 사실을 최초로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최근 북미에서 개봉한 '결혼 피로연'은 대만 출신 리안 감독이 1993년에 내놓은 동명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동성애자인 주인공이 결혼을 다그치는 가족의 성화로 위장 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원작은 대만계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였지만, 한국계 미국인 감독 앤드루 안이 연출하면서 한국계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배우 윤여정은 이 영화에서 동성애자인 한국계 남자 주인공의 할머니 역할을 연기했다.
윤여정은 "영화 속 캐릭터에 공감한 이유가 아들 때문이라고 들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 개인적인 삶은 이 영화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면서 "내 큰아들이 동성애자여서 나는 아들과의 사이에서 겪은 경험을 이 영화에서 공유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 큰아들은 2000년에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고, 뉴욕이 동성혼을 합법화했을 때 아들 결혼식을 열었다"며 "당시 한국에서는 여전히 비밀이었기 때문에 온 가족이 뉴욕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뉴욕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건 2011년이다.
윤여정은 "한국에 돌아갔을 때 (큰아들 부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며 "아마도 그들은 내게 책을 집어 던질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농담조로 지금은 아들의 동성 배우자인 '사위'를 아들보다 더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여정의 개인적 경험을 영화에 녹이기도 했다. 극 중 동성애자인 손자에게 "(네가 누구든) 너는 내 손자야"라고 말하는 장면에 대해 "그건 실제 내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감독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뒤 영화에 넣은 것"이라며 "그 말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1975년 미국에서 가수 조영남과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을 뒀으며, 1987년 이혼 후 홀로 자녀를 키웠다. 그는 2021년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으면서도 "나를 일 하러 나가게 한 아들들 잔소리 덕분에 이 상을 받았다. 아들들아,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라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시아경제